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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악가무의 향연 '풍류탱고'…이생강, 박경랑, 토리스 사이의 놀라운 균형감 "천상의 젓대소리에 춤을 더하다 "

https://g-enews.com/cwkb.ly장석용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오세림

기사입력:2024-06-18 09:28

 

                     풍류탱고

                     
6월 11일(화) 저녁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부산문화 주최, BNK부산은행 특별후원으로 전통 악가무의 향연 「풍류탱고」가 공연되었다. 풍류의 세 축인 명인 이생강의 대금, 명무 박경랑의 영남교방춤, 국악아카펠라그룹 토리스의 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주최 측 ‘부산문화’는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예작(藝作)들의 주인공인 명인·명작을 발굴·소개하면서 전문적이면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공연문화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풍류탱고」는 새로운 부산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생강의 대금 연주(대금+장고)가 분위기를 선도한다. 이생강은 느린 속도의 진양조장단으로 시작해서 차츰 급하게 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 장단으로 끝나는 대금산조를 주조하고, 박경랑은 맨손에 부채를 들고 자유롭게 익숙한 동선의 춤을 전개한다. 89세의 이생강 은 고향이 부산이고 맑고 청아한 대금소리도 길어지면 대중이 싫어한다고 했다. 대중 선호의 대중가요 연주는 선배들로부터의 구박을 각오해야 했다고 밝혔다. 5음계로 팔도 아리랑 연곡, 칠갑산, 목포의 눈물,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을 연주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풍류탱고
 
                     풍류탱고
                     풍류탱고

                     


대금 명인 이생강은 대금 소리의 원형 보존을 위해 1942~1960년부터 이수덕, 전추산, 지영희, 오진석, 방태진, 한일섭, 임동선 선현들로부터 대금, 피리, 단소, 소금, 태평소를 사사, 1947~1962년 한주환으로부터 대금산조를 사사 받았다. 오랫동안 올곧이 산조를 전승해 온 죽향 명인은 우리 기악계의 백과사전이며 평생을 한국무용반주음악에도 막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생강은 당대 최고의 대금 연주가로 대금산조의 시조 박종기, 한주환의 대를 이은 정통 예능 보유자이다. 선 자세로 장시간 연주는 엄청난 에너지를 요한다.

박경랑은 영남교방청춤의 유희 본능을 일깨우는 춤을 추며 자연과 하나 되는 세상 일구기 모습의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춤은 대금을 떠받치고, 대금은 춤을 조망하였다. 대금이 물러나자 2부는 토리스(남성 넷, 여성 둘)의 소리와 박경랑의 춤이 흥신을 받아내며 보완 관계를 이루었다. 토리스는 ‘봄날은 간다’, ‘창부타령 & every breath you take’, ‘시리렁실근’, ‘나나니타령 & 캐리비언의 해적 OST’, ‘장타령 & ‘여행을 떠나요’, ‘강강수월래’에 걸친 소리를 구사한다. 소리와 춤이 어울리고 ‘허튼살풀이춤’ 등이 스며들었다.

소리가 무르 익어가면, 분홍치마 노랑 저고리의 박경랑은 버선발에 수건과 꽃을 들고 춤을 추다가 객석을 향해 꽃을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토리스는 소리, 의상, 입담으로 팬들에게 서비스하고, 박경랑은 ‘교방소반춤’ 등으로 어울림의 자리를 확장한다. 머리에 인 복분자가 관객에게 서비스되고,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는 관객과 하나가 되는 절정의 민요였다. 박경랑의 소반은 북이 되고, 비녀는 채가 되어 춤판이 이루어지고, 동화나 꿈같은 부산에서의 놀이는 열정 풍류였거나 한국식 탱고가 되었다.
                     풍류탱고

                     풍류탱고

                      풍류탱고

 
운파 박경랑은 고성오광대놀음의 중시조, 초대 보유자인 외증조부 김창후의 후대로서 4~5세부터 전통춤의 맛을 알면서 영남의 민속춤을 몸소 익히고 어른들이 일러준 대로 향토색 짙은 전통춤을 습득한 무용가이다. 일찍이 부산 시절 춤 선생 김애정, 황무봉, 김수악, 김계화, 김진홍, 동래권번의 마지막 기녀인 강옥남, 그 밖에 영남권의 주요 권번인 고성, 마산, 진주, 통영, 대동(평양), 경산 권번의 여러 스승에게서 엄격한 규율과 지도를 받으며 전통의 멋과 맥을 이어 온 본능적으로 감각이 몸에 밴 천생 춤꾼으로 등단하였다.

영남교방청춤이 무용계에 차가운 인식과 시대적 오류가 빚은 침잠의 시기에 박경량은 온 힘을 기울여 이 땅에 존재했던 그 시대의 옛 춤을 지키고자 노력해 왔으며 예맥을 이어간다. 영남춤 가운데 교방청춤과 교방소반춤, 교방승화무, 교방검화무, 교방검무 등이 명칭을 달리하며 연희되어 왔는데 지금 그 춤들을 볼 기회가 힘들다. 양산 통도사의 ‘지성승무’(김덕명 연희), 서울·경기 지방의 한영숙류 ‘비연무’도 춤판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전통춤도 다양한 유파를 인지하는 노력이 부족하고 인기 전통춤에만 쏠리는 세상에 이르렀다.
                     풍류탱고

                     풍류탱고

                     풍류탱고


박경랑은 영남춤의 고유한 춤맥을 면면히 씩씩하게 이어오고 있다. 조순 전 국무총리는 박경량의 춤 ‘동행’(2009.12.03) 공연을 보고 “무용가의 연기 자태가 아름답고 고우며 춤추는 모습은 예쁘고 묘하며 가볍게 나부끼거나 훨훨 나는 모양이 꽃 가운데 나비 같아서 정말 볼만 했다” “바람결에 상쾌하게 훨훨 한 마리 나비처럼 날고 뒤집으니, 경량의 춤 예술은 섬세한 경지에 들어 훌륭한 자태와 오묘한 기술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니 장차 이 사람은 누구와 함께할지 물어보고 싶네”라고 칠언절구(絶句)를 작시하기도 했다.

토리스(비트박스 H-has, 경기소리 왕희림, 판소리 백현호, 서도소리 곽동현, 베이스 최홍석, 판소리 이신예)는 국내 최초·유일의 국악아카펠라단(團)이다. 지역마다 음악적 특징인 토리(tori)가 있다. 여러 토리가 음악을 만든다는 토리스(toris)는 여러 음악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창단(2009)되자마자 창작국악대회 ‘제3회 21C한국음악프로젝트’의 대상을 받았다. 천차만별 콘서트 최우수상(2010), 러시아 국제민속음악경연대회 대상(2012)도 받았다. 토리스는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후 신 형식의 음악 활동을 지속해 왔으며, 2021년 9월부터 JTBC 풍류대장에 출연하고 있으며, ‘K 클래식’을 향하여 신선도와 흥겨움을 유지하는 국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풍류탱고


                     풍류탱고


박경랑 주도의 「풍류탱고」는 제목 선정에서 감지하듯 부산에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절정의 예능으로 맛깔나는 탱고를 완성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우리의 예인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그들이 너무 소중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의 춤과 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잘 가꾸고 존중의 예를 갖추어야 한다.’ 광안리의 새벽은 빨리 쉬이 오고, 사람들은 다시 일터로 떠났다. 「풍류탱고」는 열정 관객, 부산에 마음을 뺏긴 예술가, 부산을 아는 기획자 등이 사랑으로 버무린 탱고였다. 탱고가 있는 스페인처럼 박경랑이 있는 부산을 사랑하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오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