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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관람후기및비평

오피니언전문가칼럼인연의 편지이자 행복을 전한 춤꽃 펼치다THE인천​입력 2024.06.24 04:17 수정 2024.06.24 09:04

https://www.theic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62

이주영의 댄스&컬처

 박경랑의 춤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3주기 추모공연...추억과 회향의 무대로 구성

박경량류 영남교방청춤의 무형유산적 가치도 환기

교방소반춤.

무대는 꽃밭이 되고, 춤은 꽃이 됐다. 구름위로 띄운 꽃편지는 해운대를 넘어 하늘로 향한다. 무대 왼쪽에 먼저 간 제자, 조론심 초대 회장의 사진이 놓여 있다. 공연 전, 관객들이 하나 둘 그에게 헌화한다. 그런데 붉은 꽃이다. 슬픔을 일으켜 세우고픈 내일의 목소리다.

박경량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 운파(雲破) 박경랑 선생이 제자의 3주기를 맞아 무대를 마련했다. 2024 6 5,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은 협회 부산보존회가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지전춤.

<박경랑의 춤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됐다. 1부는 추억, 2부는 회향이다. 초혼과 기억, 흔적-그리움과 이별이 추억을 부른다. 천도와 재회는 회향을 피워낸다. 각 장을 상징하는 라일락, 진달래, 풍등꽃 향기는 장면 장면마다 상징을 넘어 실체로 다가왔다.

지전이 무대 위에서 내려온다. 수건을 꺼내드는 박경랑 명무. 그리움 가득한 발소리가 기억 공간을 파고든다. “보고지고 보고지고, 님의 얼굴 보고지고”. 울림 크다. 감성어린 노래는 춤을 실어 나른다. 이번 공연에선 대중가요와 춤이 어우러졌다. 무대와 객석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소통과 교감을 이루게 한 주요 기제다.

교방소반춤이 풍등꽃을 안으며 춤이 시작된다. 박경랑과 5명의 무용수가 어우러진 춤에 관객들은 이내 박수로 화답한다. 박경랑이 가면을 내려놓는다. 제자의 흔적을 반추한다. 양손에 든 종이꽃은 기억의 숨을 내쉰다. 파란색 수건의 흩날림은 고인이 생전에 피우지 못한 삶에 대한 염원까지 담는다.

연희땡쇼.

박경랑의 바라춤이 문을 연다. 5명의 도반(道伴)이 지전춤을 이어간다. 춤과 귀에 익숙한 가요와의 연결성이 좋다. 교감을 상승시킨다. 바라춤 후, 북의 두드림이 시작된다. 여운 깊다. 박경랑의 살풀이춤은 춤적 가치뿐 아니라 이날 무대와의 접점, 주제의식 구현 등에 이바지한 일등공신 중 하나다.

한이 신명으로 바뀐다. 멈춤은 과거다. 내일의 문을 열고 다시 피는 꽃을 향한 무대가 위트있다. 연희집단 The광대의 연희땡쇼가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영남지방 구전민요 옹헤야가 모티브가 된 옹헤야...”의 반복된 소리로 공연장은 일순간 하나 된다. 안대천의 소리 후, 박경랑의 독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운다. ‘연희땡쇼은 안대천과 대천들 4명이 나와 꾸미는 신명난 창작 연희쇼다. 문엽쇼, 탈탈 털어쇼, 인생 뭐 이쑈, 놀다 가쑈, 그냥 가쑈 등의 재미난 제목처럼 연희쇼의 동시대적 가치가 호기롭다. 이 공연에선 모두가 액을 탈탈 틀어 내고, 새로운 기운 받아 회향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추모공연 무게를 1부와 2부의 대조적인 무대 구성을 통해 연출한 것은 무대미학적 가치가 있다.

영남교방청춤 명인 박경랑.

먼저 간 제자와의 이별을 추억하고 담아낸 추모와 천도의 꽃편지. 영상에 띄운 여러 편지들은 꽃향기를 넘어 사람향기, 삶의 향기를 웅숭깊게 피워냈다. 춤으로 편지를 그려낸 박경랑 선생의 마음은 출연자, 관객들 모두에게 정성스럽게 전달됐으리라 본다. 제자에게 보낸 꽃편지는 인연의 편지이자 행복을 전한 춤꽃이었다.

영남교방청춤 명인 박경랑의 춤은 지역을 담되 지역을 넘어서는 춤이다. 무형유산적 가치가 높다. 탄탄하게 학습된 춤은 역사를 꿋꿋하게 이어와 서울, 부산, 창원 등 전국에서 전수되고 있다. 영남지역 권번에서 추어오던 춤사위가 집대성된 이 춤이 더욱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이주영 박사

이 주 영 : 현) 고려대 문학박사, 한양대 겸임교수, 고려대・중앙대 외래교수, 무용평론가, 무용 대본작가, 전) 국립극장 기획위원, 인천문화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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