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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관람후기및비평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초혼과 회향의 박경랑식 범례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오세림

입력2024-06-12 09:18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6월 5일(수) 오후 7시,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박경랑류 영남교방춤보존협회(부산) 주최,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와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연구·계승학회 주관으로 박경랑 총안무·구성·연출·출연의 박경랑(Korean Traditional Dancer Park Gyeong-Rang)의 춤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이하 꽃편지)가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열린 방식으로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무대 한 편에 놓인 영정 사진과 장미꽃 바구니, 깊은 슬픔을 자아내는 춤과 제(祭)에 이은 즉흥성이 강한 놀이와 언어유희는 아픔을 비켜 갔다.

이날 공연은 명무 박경랑이 타계한 손위 제자 조론심 3주기에 그녀를 초혼하여 가족, 친지, 춤 동지들과 이승에서의 아름다웠던 시간을 기리며 천도, 회향하는 자리였다. 영남교방청춤(Yeongnam Gyobangcheongchoom)은 운파(雲破) 박경량과 제자 조론심 두 사람의 매개체였다. 낮은 곳으로 향한 박경랑 연출은 대중적 정서를 담은 춤, 배경 음악, 영상, 조명, 무대 구성 등은 분위기 조성에 부합했다. 연출의 의도대로 클래식 측면에서 보면, 당황할 수도 있는 대중 친화적 장면들과 대중가요가 널브러지게 도출되었다.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조론심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약속’(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 박경랑), ‘친구여!’(박경랑류영남교방청춤 부산보존회(이응순, 노영희, 안계숙, 김순남, 하정애 역대회장단 일동, 이하 보존협회), ‘당신의 허전한 빈자리’(보존협회 최은숙. 이명옥. 염춘숙. 한지연. 레나 김 미동부협회장 외 연구·보존·계승학회 백재화 학회장 일동), ‘물망초 사랑’(보존협회 현)부산지회장 이정실, 부회장 한금숙 최복순, 상임이사 류영자 백연화 일동), ‘당신을 그리워하면서’(남편 문현일)로 서로의 아쉬운 마음을 영상 편지에 담았다.

「꽃편지」는 1부 ‘추억’, 2부 ‘회향’으로 구성된다. ‘추억’ 편은 스승보다 먼저 타계한 제자와의 이별을 추억하고,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추모와 천도의 마음을 담아 스승 박경랑과 보존협회 도반들이 함께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꽃편지를 전한다. ‘회향’ 편은 1부의 우울을 털어내도록 ‘진도씻김굿’의 연행을 떠올리는 연희집단 'The 광대'(총예술감독 안대천, 2023 국악대상 수상)가 출연, 박경랑의 춤과 함께 경계의 이편저편 모든 인연을 회향하며 복덕 충만의 신명 나는 풍류 놀음을 펼쳤다.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1부 : ‘추억’ 편은 초혼하여 흔적을 더듬는 ‘오소서’에 집중한다. 1장. 초혼하여 기억하다.(라일락, 붓꽃을 그리다) 2장. 흔적, 그리움과 이별(진달래, 상사화를 그리다) 2부 : ‘회향’ 편은 ‘환생 꽃으로 다시 피어오르소서’에 집중한다. 3장. 천도와 재회(풍등화꽃, 황금어리연꽃을 그리다) 4장. 회향(장구채 꽃을 그리다)이 꽃과 연관된다. 노름마치의 신명 나는 장구소리, 쇳소리, 북소리가 들린다.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같이하니 언제나 여기고 언제나 거시다. 가정마다의 복덕을 기원하고 신명 나게 세상일을 시원하게 풀어낸다.

「꽃편지」는 백재화(이학박사, 박경랑류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회장) 사회로 1부는 위대한 춤꾼 박경랑의 주도적 춤과 최은숙 보존협회 총협회장, 이명옥 보존협회(경남) 회장, 이정실 보존협회(부산) 회장, 한금숙 보존협회(부산) 부회장, 최복순 보존협회(부산) 부회장, 류영자 보존협회(부산) 상임이사의 춤이 조화를 이룬다. 2부는 ‘The광대’의 ‘연희 땡쇼’, 총예술감독 안대천의 연기와 춤, 김용훈 민현기 김지혜 배정찬 선영욱의 연기와 음악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1부와 2부는 비극과 희극이 만나 희극으로 전도되었다.
                            2부는 ‘The광대’의 ‘연희 땡쇼’,
 


추진위원장 한금숙. 최복순의 힘이 느껴지는 공연의 인상 가운데 조용필의 명곡 ‘친구여!’가 어둔함을 대신하는 친구들의 신청곡으로 등장, “같이 춤추고, 싸우고, 울고, 달래고, 화해하고 그때가 참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상기시키고, 후배들은 “당당함과 그 열정처럼 풍등꽃 달고 올라 구름 위에서 너울너울 춤추며 보내기를” 기원한다. 국능유적본부소속 국가유산청 작가 <뜰에 뜰에 꽃이피네 123>의 저자 이현숙은 공연에 사용하라고 꽃그림 자료를 제공했다. 두레와 같은 공동체의 춤은 춤의 다른 기능과 종류를 입증했다.

영남교방청춤은 영남지역 권번 춤사위들을 박경랑이 집대성하여 정리한 춤이다. 영남교방춤이 다시 대중에게 선보일 때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다. 영남(마산권번, 동래권번 등)의 중요 권번의 여러 스승이 박경랑의 스승이 되어 주었고, 박경랑은 그 춤사위들을 두루 학습하였기에 박경랑의 춤은 영남 교방 전 지역 춤가락의 성격을 고루 지닌 범 영남권의 교방춤이다. 박경랑의 의지와 선구자적 입장으로 교방춤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교방 계열의 춤은 사랑받는 춤이 되었다. 운파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운파는 경남 고성 출생(1961년생)으로 외증조부의 뒤를 이어 4세에 춤에 입문하여 영남 춤 맥을 잇는 춤꾼이다. 그녀는 용의 기운으로 백학처럼 부드럽게 춤춘다는 말을 들으며 여러 상을 석권해 왔다. 제5회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1997년) 에서는 심사위원 18명 전원 만장일치로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스승에게 전수한 춤을 자신만의 독특한 춤 기법을 더하여 전통성 바탕의 현시대에 맞는 춤으로 대중화시켜 박경랑류영남교방청춤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춤사위는 속 멋이 있어 정갈과 격식을 갖춘 춤으로 인정받는다.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박경랑은 교방 출신이거나 교방춤 지도자인 여러 스승을 모셨고, 교방 계열의 최고 명인 김수악 김애정, 동래권번 마지막 춤 지도자 강옥남 스승들로부터 교방 계열 춤을 사사하였다. 동래 한량춤 예능 보유자 김진홍에게도 춤을 학습했다 유년 시절에는 마산의 박성희, 창작무용의 거장 황무봉에게도 여러 창작무용을 사사하였다. 박경랑은 거침없는 춤 열정으로 독특한 춤 세계를 구축했으며, 자유자재로 전통춤을 표현하고, 우리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하여, 우아하고 섬세하며 토속적인 전통의 멋이 우러나는 춤을 추는 명인이다.

구름을 깨뜨리듯 부드럽고 강한 기운의 춤꾼 박경랑은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전수관 관장, 국립국악원 전통공연문화예술학교 교수,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 1기 이수자이다. 그녀의 대표 수상 실적은 제21회 전주대사습놀이(무용부문) 장원(1995년), 제5회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대통령상(1997년), <공연과 리뷰> 선정 PAF 전통무용상(2019년), 제40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20년), 제28회 포스트극장 무용예술상(2022) 등이 있다.
                                          박경랑 총안무·연출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


영남교방청춤에 헌신한 조론심은 천상의 무사(舞師)가 되었다. 스승과 도반은 ‘믿어야 할 것’(quid credas)과 ‘해야 할 것’(quid agas)의 문화적 원형을 만들어 내었다. 공연이 길게 이어진 것은 춤으로 맺은 연(緣)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역 특성으로 삼고 싶다. 박경랑은 난해함을 쉽게 풀어버리는 춤의 달인이다. 영남교방청춤에 얽힌 ‘겨울 이야기’는 꽃피는 봄날의 이야기보다 더 아름답다. 마침 기일에 공연된 박경랑의 「구름위에 보내는 꽃편지」는 고인에 대한 헌사와 헌무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오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