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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파 박경랑/인터뷰

박경랑선생님께 듣는 춤이 풀어내는, 춤으로 감아드는 인생이야기



창간호 특집 인터뷰

박경랑선생님께 듣는 춤이 풀어내는, 춤으로 감아드는 인생이야기

 

2010년 2월 5일 합정동 연습실에서

interview by 백 재 화

 

선생님, 몇 살 때부터 춤에 입문하셨어요?

춤은 네 살 때부터 시작했지.

그때만 해도 상당히 이른 시기인데, 춤의 길에 들어선 동기 같은 거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어릴 때 꼭 전통을 꼭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어릴 적에는 발레가 막 일본에서 건너와서 많이 성행했기 때문에 나도 발레를 배우게 된 것 같애. 전공이라기보다 어릴 때부터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를 쭉 했으니까.. 발레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다시 전통춤을 집중적으로 시작한건 필요성을 느끼고 이제 해야 되겠다라고 생각이 들어서지. 또 무엇보다도 우리 할아버지의 맥도 내가 이어야하니까!

 

어쨌든 우리춤의 정기와 맥은 항상 내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 같고, 우리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많이 들었고 그리고 우리 것을 해야만 내가 춤을 출 수 있는 그 시간들이 오래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 아무래도 발레는 전통춤보다는 생명이 짧으니까 보통 40넘어가면 발레는 아무래도 힘으로써도 딸리게 되잖아. 춤의 테크닉 특성상...

학교 졸업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졸업하고 무용단 생활 시작하면서부터 창작춤 추다가 사실 결혼을 하고나서 전통춤으로 몰입했지.

내가 아무래도 아래쪽 출신이다 보니까, 영남, 호남이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 예술의 혼과 맥이 강해.

음... 도립무용단이 처음으로 창단 되고, 경상남도 도립무용단 창단멤버로 들어 가게 되었고 그러다가 도의 재정문제로 창원시립무용단으로 이관되었고, 88년까지 활동하다가 89년 부산으로 오면서 개인연구실 운영하면서 결혼하고 그러면서 전통춤에 혼신을 다해 몰입하게 되었지.

선생님과 관련된 글을 읽어보면, 할아버지 이야기가 늘 나오는데, 가족 중에 같은 길을 가신 분이 계셨어요?

부모님 대에는 없고 그 전 세대 외삼촌도 조금 기여를 하셨구, 외할아버지 때 그때는 내가 어렸을 때니까 잘 모르지만...

고성오광대 초대 문화재셨고 할아버님 무릎팍에서 그냥 응얼거려주셨던 그 느낌은 아직도 가지고 있지.

할아버님 존함이 어찌 되세요?

김(자) 창(자) 후(자) 김창후 선생님!

박경랑 선생님의 춤 선생님은 어느, 어느 분이 계신지 다 말씀해주세요.

사사받은 선생님... 춤 공부한 선생님 존함을 다 말하려면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한데...

첫 스승님은 내가 고성에서 네 살 춤에 입문하게 되었을 때, 그냥 고성에서 나름대로 활동하셨던 선생님이신 이이자 선생님!

조용배 선생님께는 초등학교 4, 5, 6학년 때까지 전통춤을 배웠고,

정식적으로 배우게 된 것은 지금 마산에 계시는 박성희 선생님께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학원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지. 또, 박성희 선생님의 남편이신 설수석 선생님께 발레를 배웠었지.

타계하신 황무봉 선생님이 아버님 친구 분이셨기 때문에 초, 중, 고등학교 때 부산으로 주말마다, 방학 때마다 찾아가서 공부했었고,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 집에서 합숙하면서 춤 공부를 했었지.

80년대는 학교생활하고, 졸업 후에 무용단 생활을 좀 했지.

84년, 85년에는 마산에 사셨던 고 김애정 선생님께 춤 공부를 했었고, 졸업 후 88년 창원으로 옮겨오면서 김진홍 선생님을 찾아가서 다시 전통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지. 그 다음에는 실제 동래권번의 춤 선생이셨던 강옥남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지. 또 작년에 타계하신 김수악 선생님께도 사사 받았고... 이외에도 많은 선생님께 공부를 했지.

선생님 호 가 ‘운파’ 잖아요. ‘운파’라고 호를 정한 이유나 사연이 있나요?

운파 호는 구름 雲 / 파괴할 破 구름을 파괴할 정도로 춤을 잘 추라는 뜻으로, 아는 분께서 지어주셨지. 호가 남다르게 좀 강한 느낌인데, 나한테는 강한 호가 맞는다고 하시면서 지어주신 호!

저도 박경랑 선생님의 춤의 명성은 '영남교방춤'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영남 교방춤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영남지역 교방에서 췄던 입춤이지. 사실 입춤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가장 기본적인 춤이라고 하는데, 근데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춤이 어렵지! 가장 중요하다는 건 기본춤을 잘 춰야만 다른 여러 가지를 잘 출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통 춤추시는 분들이 입춤이라면 기본무로 생각하고 예사롭게 생각하는데 내가 춤을 추면서 느껴 오고 지금 이 시간까지 느끼고 있는 거지.

물론 우리나라 춤의 백미가 승무지만 기본이 없으면 안 되잖아. 그래서 입춤을 완전히 소화해야만 살풀이 승무도 똑같이 소화해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 여하튼 난 그리 생각하구, 다른 사람들과 상반된 생각일지도 모르고...

 

내가 교방춤을 쭉 추면서 춤의 기본법 이라 던지 중요성도 많이 느끼는 것 같아. 이 춤을 감상할 때 어떤 기능 위주보다는 자유자제로 어떤 동작이던 어떤 음악에 맞추든지 나름대로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출해서 출 수 있다는 것, 또한 관객들도 그런 감정으로 느끼면서 봐준다면 최고의 춤이 아닐까 생각하지.

 

교방은 기녀들을 중심으로 노래와 춤을 관장하는 기관이지. 조선시대에는 장악원 소속의 좌방, 우방을 교방이라 불렀었고, 교방에 소속된 사람들은 노래, 악기, 춤 등 모든 예기를 두루 익혀서 각종 공적인 연희에 참여했었지.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교방춤은 교방청이 폐지된 후 지방으로 흩어졌던 관기들이 이어받기도 했고, 지방의 무악과 같은 민속악에 맞추어 추는 민속춤이 가미되기도 했었고..

여하튼 이 춤의 특징은 음, 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춤이지. 남성적인 활달한 상체의 동작과 밀도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잘 될까? 밀도가 높은 여성적인 섬세함을 지닌 하체 중심과 발 놀음 즉 디딤 사위가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영남지역 교방춤의 기교가 잘 나타난 춤이지.

 

교방춤의 매력을 설명해주세요.

어..매력적인 동작이 몇 군데가 있긴 한데 사실 부채를 펴는 장면이 그냥 보면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쉽게 얘기해서 교방춤을 보통 분들이 기생의 이미지만 살리다보니까 아주 섹시한 춤.. 이성적인 것 관련해서 표현하시는데요

 

근데 교방춤이란 의미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론 많은 동작들에서 여러 가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가장 다소곳하고 정적이고 가장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부채를 살짝 집어 들어서 펴는 장면.. 그 부채를 펴면서 수 만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거든.

괜찮은 동작이 많지만 부채를 살짝 집어 들어서 펴는 장면에서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 보는 분들도 또 그 장면을 보시고 나름대로 상상하시고 재미있는 표현을 하곤 하시더라구..

교방춤의 장단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음악은 상황에 따라 좀 바뀌기는 하는데, 주로 남도굿거리 자진모리 다시 굿거리로 가긴 하지만 느낌에 따라서 조금씩 중중모리에서부터 시작하기도 하구, 음악의 변화는 그때마다 즉흥적인 게 강하지 .정해져서 틀에 박혀져 있는 것이 아니고 교방춤이 즐거운 춤이기도 하면서 어떤 분들은 또 아주 슬프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셔그건 내가 공연하면서 공연평을 듣고, 왜 그렇게 느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기생들의 애환이라고 할까?? 남들에게 들어내지 못하고 자기 감정을 삭혀야하고 사랑하는 님이 있어도 한번 머리 올리고나면 오로지 기다려야 되고 어쩌면 살풀이춤보다 더 슬픈 게 교방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언젠가는 한번 해봤어. 어떤 분들은 흥겹게 느끼고 아주 슬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개인적인 반응이 상반된 게 또 교방춤인 것 같애.

박경랑 선생님, 끝으로 춤을 어찌 추는 게 잘 추는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야 되는지 선생님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 해 주세요.

춤...

출려고 들지 말고, 출려고 하지 말고, 춤을 추려고 들어야지. 그게 춤이지.

이게 무슨 말인지 느낌이 오면서도 잘 모르겠지??

한마디로 가식적으로, 가증스럽게, 억지로 만들어서 춤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춤이 저절로 추어지게, 흥이 나게 추어야 춤이지.

또, 내가 경험에서 우러나서 말하는 건데, 작년에 타계하신 김수악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춤은 자연의 이치에서 찾아야해. 산과 들의 펼침처럼 강, 약이 있고 기복이 있게 추어야해. 또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넘치치도 모자라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추어야한다고 언젠가 내 차안에서 말씀해 주신 적이 있었지.

매번 무대에서 춤 추시는 박경랑 선생님을 바라 보면서 강하게 느낀 게 춤에서 힘을 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요즘 느껴요.

최고의 아름다운 동작은 최소한의 에너지로 표현 된다는 말을 선생님의 춤을 보면서 진하게 느낄 수가 있어요. 말은 쉬운데, 동작에서 힘을 빼고 주고가 너무 어려워요.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연습해야지!

가장 쉬운 게 가장 어려운거니까...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 춤의 최고의 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국 춤의 미... 최고의 미....

마음이지!

서울 굿의 김금화 선생님께서 언젠가 내게 건네신 말씀이, ‘만인의 꽃이 되어라’ 고 말씀 하셨어. 이 말씀이 그 순간에 가슴에 와 닿았는데...

춤은 마음에 있는 거야.

활짝 흐드러진 꽃처럼 춤을 찬란하게, 춤을 마음으로 표현해야해.

물론, 실력이 출중하시니까 그렇겠지만 선생님은 무대에서의 자신의 춤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무대....

무대는 정말 무서운 곳이야. 너무나 정직하고 무서운 곳이야.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곳이야. 그러기에 죽을 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야해. 그리고 요즘, 정형화된 무대에서의 춤만 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버려야해.

내가 춤 출 수 있는 곳은 모두 춤 무대가 되어야해.

모래 위에서, 진흙 위에서, 비탈길 위에서, 자갈밭 위에서.... 다 춤을 자유롭게 출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해.

이래서 못 추겠고, 저래서 못 추겠고... 이러해서 오늘 실수를 했고, 이러해서 춤이 잘 안되었고.... 그건 다 자신의 춤 실력이 모자람의 변명이야.

완벽을 향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해.

그게 무대 위에서 춤꾼의 자세야.

 

한국 춤에 대해서 그냥 하고 싶으신 말씀... 묻고 싶은 게 많은데, 그냥 문득 떠오른 질문 이예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보면 자꾸 동하게 되고, 또 질문도 새록새록 생각나고 그래요... 말씀 중에 또 묻고 픈 게 생각날 것 같아요.

한국 춤, 우리춤은 자연스럽게 추어야해. 또 자기만의 춤을 추어야해.

이 말이 참 어렵고, 오해하고 잘못 이해하기 쉬운 말인데,

춤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 부러지게 정형화된 순서가 있는 게 아니지! 요즘 문화재로 전승되는 제도와 서양식 무대의 정형화, 일정시간의 공연 시간이라는 공연문화의 흐름 때문에 순서가 정형화 되는거지.

 

작품마다 순서가 백 만명이 똑같이 취는 순서가 있는 춤은 아니지.. 우리춤이라는게...

자기만의 춤이라는 것은

물론, 춤마다의 색깔, 특색에 맞는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기본이 있지. 그 기본을 다 배운 후에, 한마디로 다 터득한 후에는 그 기본위에, 기법위에서 자연스럽게 춤을 추라는 거야. 자기 맘대로 마음대로, 만들어서 추라는 뜻이 아니고.

 

잘못 이해하면 자기춤을 추라는 말이 지 맘대로 추라는 말로 오해할 수 있단 말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게 기본 틀을 깨우치고 나서 자기만의 춤을 추어야 하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기본적인 것을 토대로 하는 춤 말이야.

자유자재로 출 수 있어야 해.

쉽게 말해서 자기가 다 섭렵한 후에 자유자재로 출 수 있는 게 자기만의 춤이라는 거야!

자유롭게 추라는 말.... 그러기 위해서는 그렇게 되기 까지는 힘겨운 길을 걸어야하고 많은 노력을 해야지. 너무 당연한거지?

 

자연스럽게 추라는 말!

그건 일단 일정 시간을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보내야 만이 자연스럽게 터득하면서 나오게 돼.

억지로 터득하면 자연스러운 춤이 절대 안나와.

있는 그대로 추어야지. 그게 또 자연스럽게 추라는 선생님들의 말씀의 참 뜻이기도 해!

김수악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자연의 이치.. 이 모든 것이 춤의 핵심이야.

자연은 억지스러움이 없잖아. 춤이 그래야 한다는 거야!

선생님! 제가 언제부터인가 느낀 점 중에, 선생님의 춤의 정신세계나, 춤의 세계관.. 가치관.. 또 제자들을 향한 마음, 제자들을 챙기시는 마음... 이런 모든 것들은 60세 이상 70대의 선생님들과 거의 비슷해요. 제가 박사과정 때 논문주제 정하고 한참 논문 쓸 때 춤 분야의 인간문화재 선생님들과의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때 춤 인생 60년이 넘으신 분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그 분들의 춤을 통한 경험, 춤에 대한 모든 인생관... 말씀과 거의 흡사해요.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선생님께서 연배의 다른 선생님들보다 큰 선생님들을 많이 모시고 춤 공부를 해서 그런가바요.. 이건 제 생각 이예요.

그럴 수도 있고, 그런 걸 배제 시키지 못하지.

큰 선생님들은 또 그 선생님들의 선생님께 배웠고...

우리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전해지니까... 그래서 예전에 다 선생님 댁에 기거하면서 공부했던거야. 선생님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춤 한자락, 노래 한자락 차근 차근 배웠어.

지금처럼 순서를 쭈~욱 나가고... 그렇게 배우지 않았어.

머리로 배우려 들지 말고, 마음으로 배워야해. 마음으로 느껴야 하고!!

내가 대통령상 받을 때 있었던 이야기 해줬었나??

97년도에 대통령상 받을 때 였어.

대회가 있기 전, 내가 태어난 고성에 들렸었어. 그때 모셨던 강옥남 선생님과 엄마랑 이렇게 셋이서..

고성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고성의 정기를 받아서 대회에 나가려는 생각에..

그러다가 어느 향교 앞에 다다랐는데, 그냥 거기 들어가 보고 싶더라구

그래서 다 들어갔지...

그 때 마침, 향교를 관리하시는 분이셨는데, 딱 마주쳤어.

그 분은 장에 나가려고 나서다가 우리랑 마주쳤던 거지. 그날 책거리를 해야 해서 장에 나가시는 길이었다고 하시더라고,

당연히 어찌 왔냐고 물으셨지. 그래서 이차저차 사연을 말했더니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자기도 여기에서 공부하면서 느끼는 게 많아져서 춤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냥 하는 말이라고, 처음 보았을 때 그냥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고...

여기 향교에 들린 이유가 그러하다기에 해주는 자신만의 생각의 말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향교 앞에 펼쳐진 산을 가르치면서 해주셨던 말인데, 아직까지 기억에 많이 남아. 춤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고

 

‘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세요. 저 산을 보세요. 산 등성이가 움푹 패인 곳은 사람의 목이라고 생각하고, 산이 평평하게 시원하게 펼쳐진 곳은 사람이 두 팔을 쭉 펼친 거라고 생각해 보세요. 춤을 저렇게 추세요. 시원하게 쭉 쭉 펼치면서 그렇게 춰 보세요. 그럼 좋은 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 말이 참 가슴에 폭~ 와 닿으면서 춤을 시원시원하게.. 자연의 형상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또 시원하게 추어야겠다란 깨달음이 있었지.

그렇게 추었는지, 그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었어.

 

선생님, 하루에 단번에 들을 분량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요. 매번 선생님과 이런 지난 이야기 나눌 때는 필히 녹음하고 기록해야겠어요.

선생님의 춤만 무보를 만들게 아니라, 이런 이야기도 또 하나의 무보가 되는 것 같아요.

춤 배우랴, 기록하랴... 채록하랴... 할 게 너무 많아요.

요즘 특히 춤 공부하면서 할 게 얼마나 많고, 많은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그래서 마음이 더 다급해지곤 해요.

이제까지 학위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하면서 지냈었는데, 이젠 그 공부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이 엄청난 춤 공부에 매진하고 싶어져요. 더욱더 강렬하게요.

지금처럼, 그렇게 강인하게 저희를 이끌어 주시고, 춤꾼 박경랑, 도전하는 박경랑, 언제나 무대를 신선하게 채우는 춤꾼 박경랑으로 계셔주세요.

보통은 춤 공연에 가보면 일명 가족잔치라고 명명할 수 있게 친구, 제자, 친지, 지인으로 형성된 객석 형태인데, 선생님의 무대는 항상 객석에 남다른 객석점유가 전 좋아요.

일반인들이 더 환호하고, 더 알아주는 춤꾼이 진정한 춤꾼이라고 생각해요.

아... 그래서 서울 굿 김금화 선생님께서 ‘만인의 꽃이 되어라’라고 말씀 하셨나바요??

방금 생각난 거예요.

 

2011년 1월 5일 효창동 연습실에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춤은 무엇이세요?

 

내가 생각하는 춤?

 

선생님의 인생을 통틀어서, 지금 연세가 50인데 인생의 4/5 이상을 춤만 추셨잖아요. 선생님은 춤으로 세상을 공부하셨고, 춤으로 세상을 수 놓으셨고...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춤, 철학적인 답변을 떠나서 가장 쉽게 떠오르는 생각, 춤,,하면 생각나는 말?

 

춤은 내 생활이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되는 생활로 변해버린거지.

 

춤이 선생님이고 선생님이고 춤이 되고!

 

그렇지... 내가 추고 내가 깨달은것을 너희들에게 전해주는것이고, 그게 전부이지.

춤 공부하는데 있어서 가장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떤데에 있어서?

 

마음가짐도 있을수 있겠고...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말할수 있겠고...정신적인 부분..

 

기능적인 부분이야 단숨에 안되는것이니까 무조건 반복적인 연습을 해야하는 것이고, 시간과 내공이 쌓여야 하는 것이지. 정신적인것은, 내가 갖고 있는 춤의 정신적인 것은 그냥 자만심만 없애면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항상 자만심을 버리는것... 그러니까 기능이 좋아졌다고해서 자만하지 말고 계속 나 자신을 낮추면서 춤추는 것. 자꾸 자꾸 추는것 밖에는

 

다른분들이 박경랑 선생님의 좋은점을 말씀하실때 보면, 물론 모든 중견춤꾼부터 큰 선생님들까지 헤아릴수 없을 만큼 좋은점, 배울점을 갖고 계시지만, 유독 박경랑선생님을 향한 좋은점, 본받을점을 말하는 부분에서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들이 있어요. ‘개인 연습이 무지 많은 사람’, ‘독하게 연습하는 사람’..등 연습량에 있어서는 정말 숨쉴겨를도 없이 연습에 연습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들하세요. 근데 큰 어르신들은 연습 안하시잖아요. 물론 절대적인 경지에 다다르신분들이여서 그렇겠지만... 제가 가끔 매체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연습시간에 관련된 인터뷰를 볼때면 장한나도 그렇고 강수진도 그렇고 하루에 6~8시간 넘게 연습하더라구요. 강수진 같은 경우엔 아침에 2시간 스트레칭하고 눈 떠있는 시간은 춤으로 채우더라구요.

 

연습을 안할수는 없지.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이미 몸에 배여서 내 스스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분은 특별히 연습이 필요없다는 말씀이지. 그래도 나온다는 거지. 그게 연습이 안된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새로운것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하는거지. 다만 예를 들어서 그 누구도 흉내 낼수 없는 그 사람만의 특유의 동작이 있다고하면 그건 그 사람만의 특징이란 말이야. 그 특징이 남들이 봐서 어설프면 안되지만 이미 자기것으로 소화해내서 누구도 쉽사리 흉내낼수 없는 것으로 기능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몸에 배여있다면 그것은 따로 연습할 필요가 없지. 내가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그 선생님들의 말씀이(연습을 안하신다는 말씀) 그렇다고 봐.

나도 공연을 계속하고 그러면, 내가 평소에 연습할때 안되던 것들이 공연하는 순간 음악과 춤과 한순간 딱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올때가 있어. 백일을 연습한다고 해서 백일동안 내내 같은 동작이 똑같이 되는것은 아니거든. 매일 매일 느낌이 틀려. 그런데 어느순간에 똑같은 동작을 하면서도 ‘아, 이거다...’라고 느낌이 올때가 있어. 그러면 그때는 그 동작이 완전히 내동작이 되는거야. 그때부터는 그게 자연스럽게 내안에서 나와. 연습의 유무를 떠나서 그 다음부터는 안바뀌더라구.

내가 공연을 하면서 한동작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공연하고 그래. 공연을 하면서 몇가지 동작밖에 내것으로 만들지 못해. 백번을 공연을 올린다고하면 99가지, 98가지 또는 101가지... 그 정도만 내 동작으로 만들수 있어. 그렇게 내 몸속에 저절로 저장되는, 인위적으로 저장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저장되는 것은 절대로 몸이 잃어버리지 않다는것이지.

다시 말해서 쉽게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연습하는 동안 잠재적으로 연마되던 부분이 어느 한순간 확 발휘되어 나온다는 것이지. 그때는 자신도 모르게 모든게 일치가 된다고 보면 돼. 음악에 대한 감정이나, 내 춤에 대한 동작이나...

어느 순간 되는 느낌이 오고 나서, ‘어떻게 이게 되었지...’하고 공연 다음날 다시한번 추어보면 그때의 그느낌대로 동작이 나와. 그때가 바로 완벽한 자기자신의 동작이 되는 것이라고 봐. 내가 늘 제자들에게 하는 말중에 ‘공연을 올려야한다.’ ‘공연을 해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공연을 하면 느는 이유가 이런거야. 이런데서 공연을 하면서 실력적으로 기술적으로 한발짝씩 늘어가는 이유가 있어.

몇백씩 아니 몇천씩 되는 돈을 투자하면서 공연을 올려도 전혀 금액적으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꼭 하나씩은 얻는게 있으니까!

예를 들어서, 백번의 공연을 올린다면 많아야 백여가지 동작을 내것으로 만들겠지. 그런데 춤사위는 200여가지가 넘는 춤사위로 구성되어 있잖아. 그러니까 어찌보면 자신의 춤사위는 다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못만들고 죽는다고 보면 되는거야. 남이 흉내낼수 없는 자신만의 동작으로 되고나면 죽어도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지. 백번 천번을 해도 못 따라하니까...

이미 자신의 것으로 된 동작은 엄청난 연습이나 연마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는 차원하는 큰 선생님들이 연습을 안해도 동작이 나온다, 된다..그리 말씀하시는 거라고 난 생각해요. 몸만 풀면 그 동작이 나와!. 완벽하게 내 동작으로만 되어 있다면 몸만 풀면 얼마든지 내동작으로 나오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될때, 안될때가 오락가락 하겠지. 그 완벽함을 위해서 끊임없이 연습을 하는 거지.

그리고 내가 계속 연습을 쉬지 않는 이유가 또 있어. 예를 들어 제자가 연습을 해. 내 동작을 흉내내는거지. 그런데 그 제자가 언제까지 흉내만 내겠어. 계속 연습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를 뛰어넘지 않겠어. 그래서 난 힘들지만 또 연습을 해. 스승이 제자보다 뒤쳐질수는 없잖아. 나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힘겨움을 느끼지...그래도 연습을 할 수 있을때 까지는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게으름 피지 않고 계속 연습을 하는 거야. 또 안하면 몸이 처질수 밖에 없기에 난 계속 연습을 하고, 연습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려고 해. 계속 해주어야 발전하는것도 있고, 또 적어도 현재이 춤실력이 줄지는 않으니까..어느 부분에서는 체력단력적인 이유도 있고 그래.

사실, 요즘 가르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가 제자들에게 내가 연습하는 시간을 따로 안보여주는것 같애. 요즘 들어서 한 생각인데, 내가 연습하는 시간을 제자들에게 안보여주어서 제자들이 연습을 게을리하나...라는 생각에 이제는 가시적으로라도 나의 개인연습을 보여주어야 하나..라고 생각해. 내가 연습하는 모습을 많이들 봐야지 제자들이 ‘아 나도 선생님처럼 연습해야지...’라는 생각을 갖을건데... 혹시 선생이 매일 노는것처럼 보이는것 아닐까라고 생각해.

 

사실, 저 처음 선생님 뵈었을때, 너무 바쁘시고 수업 많으시고, 서울 부산 오가시고... 그런데 공연스케줄은 너무 촘촘하고... 도대체 저 선생님은 언제 개인연습을 하시고 공연준비를 하실까?? 라는 의문이 너무 컸습니다. 감히 선생님께 여쭙지도 못하겠고 혼자서 내내 궁금해하면서 일정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면서 선생님의 수업을 지켜보고, 선생님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그 의문점이 서서히 풀려갔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공연을 목전에 두고서는 일상생활을 전폐하신단 말이예요. 자신의 맡은 수업도 제자들이 가서 해내고, 모든게 공연을 위한 시간으로 바뀌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경우에는 내 공연연습시간, 내 공연준비시간... 이런게 존재하는게 아니라, 그냥 선생님의 생활에서, 너무 평이하게 선생님이 맡으신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는 누구보다도 가장 열심히 춤추시고, 가장 열심히 공연준비를 하신다는 것을 선생님의 일상생활을 관찰하면서 느끼면서 해답을 얻게 된 부분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냥 생활이 춤이고, 춤이 생활이 된 사람처럼 그렇게 누구보다도 가장 철저하게 열심히 공연준비, 공연연습을 하신다는 것을 관찰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이런식으로 궁금한걸 묻지 않고 일정시간 선생님을 보면서 깨달은게 좀 많아요. 선생님의 경우에는요...

 

수업시간에 구령을 붙여주고, 시범을 보이는거...그게 실질적으로는 내것을 다지는것이고 내 춤의, 내동작의 정확성을 다시한번 다지는 것이라고 난 생각해.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자들이 내 연습을 못봐서 제자들이 게을러지나...그러면 내가 연습하는 시간을 보여주고, 제자들과 함께 하는 연습을 올해부터는 다시 잡아야겠다..라고 생각해. 사실 나는 스승이 연습하는걸 많이 보면서 커왔어.

나는 수업시간에 또 다른 나 스스의 연습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는데, 제자들은 그걸 그냥 수업이라고만 생각하는것 같애. 백선생처럼 연습시간에 또 하나의 내 연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깨달으면 다행인데. 그냥 수업하시는 선생님, 수업이라고만 생각들 하니까, 일반적인 제자들은...

백선생이 처음에 날 보면서 관찰하면서 생각한것처럼 저게 우리 선생님 연습이고,국악원가서 수업하는게 선생님 연습하는 시간이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수업은 수업이고 연습은 연습이다라고 따로 따로 꼭 분리해서 생각한다니까. 그러니까 이런점에서는 너희들은 아직 숙련도가 덜 되었기 때문에 수업을 받고, 또 수업을 하고 나서 힘들어도 따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개인연습시간을 갖어야만 거지. 꼭 따로 시간을 내고, 어느시간을 정해서 연습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이 춤이 되고, 춤이 일상생활이 녹아들게 연습하는 것도 어찌보면 더 완벽한 공연준비 자세이고, 춤을 향한 마음 가짐이라고 생각해.

굳이 내가 연습시간을 따로 안갖어도 수업을 하면서 계속 몸을 쓰고, 몸을 풀고, 그 동작을 반복적으로 행하다보면 그게 최고의 연습이라고 생각해.

 

그 예전에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중에, ‘자연처럼 춤을 추어라’라는 말씀처럼, 연습시간, 공연준비시간 이렇게 인위적으로 일상생활속에서 행하는게 아니라, 연습이 생활이고, 춤이 생활이게 일생생활에 녹아드는 그런 연습을 갖어야 할것 같아요. ‘지금부터 딱 공부하는 시간!’, ‘공부는 몇시부터 몇시까지..’이런 인위적인 스케줄에 의한 한정적인 연습이나 공부가 아니고, 생각하는것도 공부고, 흘러가면서 듣고 보는것도 공부고 선생님의 동작을 보면서 느끼는것도 공부고... 일상생활속에 어디나 연습과 공부는 존재하는것 같아요. 어디서나 몸을 움직움직이는 곳이면 자연스럽게 연습이 되고, 가르치면서 또 배우면서 모든걸 연마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품어야 할것 같아요. 그때 선생님이 해주신 ‘대자연처럼 춤추어라’는 말씀이 아직도 제게는 배우고 느낄것이 많은 세계의 조언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어제 권오춘회장님이 오랜만에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 예전에 나한테 ‘왜 부산을 차를 몰고 가세요? ktx있는데, 쉽고 편하게 다니세요. 굳이 손수 운전해서 다니지마시고..’라는 말씀을 내게 하신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이렇게 답했거든. ‘저는 운전하면서 음악듣고, 공연아이템 생각하고, 동작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제게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운전하는 시간은 절대적인 생각의 시간이예요. 그 순간에 정말 많은 것을 얻어내고 정말 많은것을 깨닫고 그래요.’라고 말씀 드렸었어.

요즘 회장님이 내가 한말이 뭔지, 그 말의 뜻이 어떤것인지 아시겠대. 회장님도 운전하시면서 음악을 들으시면서 다니시게 되었대. 내말을 듣고, 그러다보니까 춤추는 절대적인 시간이 없으면서도 요 박자에 이런 동작이 들어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음악을 이해하는 면이 점점 커지더라는거야. 어제 이런 말씀을 잠깐 하시고 가시더라구.

 

그러니까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도, 몸이 쉬는 시간에도 생각은 춤을 향해, 춤과 관련된 생각으로 머리는 바쁘신것 같아요. 몸이 움직일수 없는 고정된 상황에서는 머리는 이미지트레이닝을 계속 하시는것 같애요. 그러니까 의식이 있는 시간에는 계속 춤을 추시는것 같아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이미지트레이닝의 중요성이랄까? 물론 이미지트레이닝이 너무 중요하지만... 이미지트레이닝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글쎄... 예를 들어서 ‘저런 동작을 이럴때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 등을 오고가면서(서울과 부산) 다 하지. 이번 공연에는 어떤컨셉으로 가야겠다라든지, ‘아 저거랑 이거랑(아이템) 함께 해주면 좋겠네’ 라든지 모든걸 생각해내지. 사실, 앉아서 생각해내는것보다 오고가며 생활속에서 문득 문득 꺼내게 되는 생각이 많고, 아이템이 거의 대부분이지. 글도 쓸려고 앉아서 쓰는것보다 아이템이 평상시의 생각에서 느낌에서 많이 오는거잖아. 내가 앉아서 무대도면을 어찌 그리지, 어찌 가면 좋지~ 이렇게 하다보면 이게 더 좋은것 같고 아니 저게 더 좋은것 같고 헷갈리기만 하고 결론이 안나. 그런데 운전하면서 자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면서 거기서 색감의 조화도 깨닫고, 또 의상의 색감 아이템도 덩달아 얻게 되고, 그때 그때 생각이 나는걸 놓치지 않고 바로 바로 접목시켜서 공연아이템이나 공연연출 그런거 얻게 돼. 그런 공연의 성공과 실패의 여부는 관객이 해주는거지. 나도 내 입장에서 이번 공연은 관객이 이렇게 느끼는것 같으니까 다음번 공연에는 이렇게 참고해야지라고 생각이 또 들고... 그런데 이제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올린 공연이 거의 다 성공이란걸 했지. 내 생각에서 빗나가서 된 공연은 없었어.

그러니까 앉아서 아이템 짜려고 해낸 생각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생생활속에서 터저나오는 발상, 자연스러운 생각에서 더 효과가 컸지.

예를 들어서 지나가면서 단풍이 든 나뭇잎의 색을 보면서 밑에서부터 든 단풍잎도 있을테고,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단풍잎도 있을테고... 그러면 위에서부터 든 단풍잎의 주황색, 아직 덜든 잎의 연두색과의 조화와 농도, 아니면 거꾸로 든 잎을 보면서 아 저색의 무게감이 더 좋겠다..뭐 이런 비교도 자연스럽게 들면서 내 신체와 접목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거야. ‘나는 아무래도 하체보다 상체의 어깨선이 약하니까 약한 부하게 보이는 색상을 선택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에 이번에는 이렇게 가볼까~ 끝동 색깔을 이렇게 해볼까..이러면서 가는거지.

난 아직도 운전하면서 생각하고 생각할께 또 많고, 그러니까 나한테서도 운전대를 뺏지 말아주세요. 내가 집중할수 있는 시간이야. 내가 아직도 기력은 있으니까...(웃음)

 

선생님의 공연문화를 쭈욱 살펴보면서 든 생각인데, 선생님은 연출력도 남다르세요. 한마디로 공연문화의 새장을 여시고 공연문화를 새롭게 선도하시는 분이시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해설이 있는 해설자 문화도 선도하셨다고 생각해요.

또 며칠전에 해주셨던 말씀중에, ‘풍류’판에 비전공자를 세우시는 이유가, 그 옛날의 풍류판에서 흥을 즐기던 사람이 다 완벽한 예인이 아니고 그냥 일반이이었다는 발상에서 기술적으로 완벽을 기하는 전공인보다는 기술적으로 미흡해도 일반인을 세우는게 ‘풍류’의 진정한 의미라는 말씀이 참으로 충격과도 같은 신선함이였습니다. 저는 계속 공연은 전공자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곳, 이런식의 생각에만 빠져있었는데, 사실 그때 선생님의 말씀에 다시한번 놀랬고, 다시한번 생각의 전환이라는걸 갖었어요.

그래서 말씀인데, 사실 저 같은 생각을 관객에 입장에서 대부분이 할거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그래서 공연에서 해설자분이 부연 설명을 해주신다거나, 팜프렛이나 그와 비슷한 공연에 관련된 글에서 부차적으로 설명을 해주어야, 선생님의 깊고 디테일한 공연의도가 제대로 살아날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공연에서는 여러 큰 선생님들과의 인터뷰형식으로 가는 것이고, 그런 이야기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옛날 우리선조들이 즐겼던 ‘풍류’판의 의미가 다시한번 제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거야.

이윤석, 정영만 선생님들처럼 진짜 풍류판을 즐기셨던 선생님의 진솔한 이야기와 또 ‘우리 풍류나 한번 즐겨봅시다~’라는 멘트와 함께 하는 선생님의 춤을 보면서 관객들은 기량적인 춤을 떠난 진정한 ‘흥’을 즐기게 되는거야. 사실 우리는 춤공연이라고 하면 객석에 앉아서 다들 심사위원이 되잖아. 기량적으로 어디가 어떤지, 연출력은 어떤지, 연기력은 어떤지... 다들 심사위원의 눈으로 춤을 대할려고 하거든. 그게 아니라 흥을 느끼는 무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공연을 통해서 또 내가 춤추는 영남교방청춤의 재조명으로 ‘교방’, ‘권번’의 이야기를 사실적이면서도 또 어찌보면 올바르게 대중에게 전달하는게 이번 공연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해.

 

선생님, 요즘 들어서 ‘우리것, 우리의 것’하면서 이제까지 전통을 대했던 시선이나 생각보다는 좀 한결 푸근해진 생각으로 우리의 전통을 바라보는것 같아요. 물론 우리가 전통의 한가운데 서 있어서 아직도 너무나 차가운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많이 진일보하고 또 앞으로 더 많이 개선되는 전통을 향한 시선과 사고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전통을 향한 정책, 전통을 대하는 시선들이 이렇게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보시는 것들이 무엇인지 여쭙고 싶어요.

 

이번 공연이 또 내게는 중요한 의미이자, 어찌보면 다시한번 공연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게 되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어.

어제 강소영회장님과, 신동숙이사님께 이번 공연의 연출이나 취지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드렸어. 그랬더니 신동숙이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번공연이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공연형태인 학술적인 성격과 함께하는 첫 공연이 될거라고, 색다른 공연이 될거라고 말씀하시더라구.

이번에 내가 하는 공연이(2월 17일 국립국악원 우면당공연 ‘2012 박경랑의 춤- 영남교방청춤 /부제 : 온고지신) 자주 이루어져야해. 이렇게 학술적인 접근을 이루는 전통공연이 더욱더 활성화될때 첫째, 우리가 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단 말이야. 새로운 대본 쓰고, 새로운 레퍼토리짜서 하는것도 좋지만, 이제까지의 공연문화를 돌이켜보면, 황진이, 심청이를 소재로 하는 공연이 왜 그토록 인기일까를 한번 생각해봐야해. 다른 이야기도 많은데 왜 심청이일까? 다른 기생들도 무수히 많았는데 왜 황진이일까? 이유는 간단해. 누구나 아는 내용이고, 스토리이기때문에 관객이 입장에서 이해도가 높고 빨리 받아들여서 함께 할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우리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때는 관객입장에서 이해도를 높일수 있는 어떤것이 함께 수반되는 공연을 해줘야해. 쉽게 받아들이고 ‘아~ 저래서 그랬구나.’ 하고 얻어갈수 있는 공연이여야지. 그냥 한순간 보고 즐기는 공연은 일회성의 공연에서 끝나는 거라고 봐.

‘잘추네, 재미있었네’ ‘아 맞네, 저기서 저래서 그런 춤이 나왔구나~’ ‘그래 저래 가지고 옛날에는 저렇게 놀았구나~’하고 시각적으로 보면 이해도가 더 높아지겠지. 이런쪽으로 해서 이해도가 높은 공연을 자꾸 해줘야 많은 사람들이 전통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지.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을 접하고, 그러다보면 전통을 향한 정책들이 좀 더 따스한 현실적인 정책으로 갈수 있다는 말씀이죠?

 

그렇지, 누구나가 다가설수 있고 관심을 갖게 되는 전통, 특정인이 향유하는 전통이 아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즐길수 있는 전통이여야지.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것이지만은 전문가들만으로도 다 해결되는 문제는 또 아니야.

대중가요가 왜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대중들이 쉽게 다가가고, 또 쉽게 즐길수 있으니까 인기가 있다고 봐.

춤보다는 노래는 쉽게 흥얼거릴수 있지만, 춤은 몸으로 하는것이기 때문에 잘못 따라하게 되면 바로 눈에 거슬려 보이기 때문에 더 무서운거란 말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춤은 전문적인 분야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애. 그런데 그 옛날 우리의 춤과 문화는 전문적인 집단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일반인들에 의한 문화였었다고 봐. 다만 끝까지하고 있는 사람이 전문성을 갖고 남게되었다는것이지.

그러니까 아마추어들도 몇십년씩하면 전문성을 갖을수 있다고 봐. 다만 우리가 학부제도가 나오면서부터 전공인, 비전공인의 잣대가 생겨났지만, 난 오래전부터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왔어.

옛날의 큰 선생님들을 보아도 그래, 김수악선생님 등 선생님들 소위 말해서 가방끈 긴게 아니잖아. 김수악선생님 같은 경우에도 8살때부터 기생수업을 받으면서 계속 해왔기 때문에 선생님의 소리가 알려지고 춤이 알려진거지. 만약, 선생님이 일개 기생으로만 살고 말았다면 선생님의 소리, 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겠지. 끝까지 계속 하셨기때문에 알려지고 또 인정받는 분이 되실수 있었지.

그래서 그런 문화를 자주 봐주고, 접해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공연의 컨셉이랄까, 공연아이템을 잡은거야.

 

이번 2월 17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 올려지는 공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점이 선생님을 스타로 만들었고, 선생님을 세상에 내놓게 했던 영남교방청춤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모인, 창단된 ‘영남교방청춤 연구, 보존, 계승학회’가 함께 하기 때문에 공연의 의미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지는것 같아요.

또 요즘, 한동안 멸시되어지고, 그 존재가치가 홀대 받아왔던 ‘교방’문화가 각광받기 시작한것 같아요. 이 교방이라는 것이 선생님의 춤을 떠나서 교방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위해서 만들어진 학회라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 말씀하신대로 해설이 있는 공연이 관객에게 한발짝 더 다가섰듯이, 우리 ‘영남교방청춤 연구, 보존, 계승학회’의 활동으로 인해서, 이 학회가 함께 하는 공연이 해설이 있는 공연이 이끌어냈던 결과처럼 인식의 새물결, 인식의 새바람을 촉구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것 같애. 솔직히 이 작업은 어찌보면 내가 시작했어야 하는건데, 또 다른면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시작했으면 남들로부터 고운 시선으로 안 봐주었을것이라고 봐. 제자들이 너무나 고맙게도 내가 선듯 하지 못하는 부분을 좋은 취지로 시작해 주어서 나로서는 기특하고 고맙고 그래. 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하는것보다 제자들이 하는게 더 낫겠지.

내가 추는 춤이 학회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지고, 또 다음, 다음 세대로도 전해지고 하는게 난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어쨋든 이번의 이런 기획이 우리가 하고 나면 또 유행처럼 번져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 옛날 내가 해설자가 있는 공연을 하고 난 후에, 전통공연이나 일반 춤 공연에서 해설자가 나타나는 문화가 생겨났던것처럼 말이야.

관객들은 이제 너무 똑똑해지고 객석에서의 경험, 또 다른 매체를 통한 경험이 많아져서 다 알아. 전통의 레파토리에 대해서 많이 알아. 수건들고 나오면 살풀이인줄 알고, 부채들고 나오면 부채춤인줄 알고, 다 알아. 그러니까 더욱더 서면이나 지면이 아닌 현장에서 듣고 바로 이해하는 그런 이해도가 높아지는 공연,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그 즉시 이해하고 느끼게 되는 공연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사실 해설이 있는 공연도 음악공연을 보러 갔다가 해설자가 해주는 설명에 더 이해도가 높아지길래, ‘아 춤도 해설이 있으면 좋겠구나’하고 착안해서 시작하게 된 거야.

춤공 연에서 해설은 간혹 옷갈아 입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게 다는 아니지. 물론 그런 이유도 없지 않아 존재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사람들에게 더 깊게 볼수 있고, 더 잘 느끼게 해주는 포인트를 짚어주는 시간이거든.

 

요즘 관객들은 어찌보면 너무 영악해지고, 문화적 수준도 나날이 높아져가고, 교양이 높아져서 참 무서운 존재인것 같애요. 관객의 입장에서 해설자의 용도나 해설자의 존재이유가 옷갈아 입는 시간을 벌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고, 또는 해설자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 같애요. 천차만별의 관객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래. 그런데 또, 현실적으로 해설자가 해설자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주고 그냥 팜프렛의 내용을 쭈욱 읽어나가는 그냥 읽어주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그건 해설자가 아니지. 그래서 더욱더 관객들은 그 해설이 있어야 하는 시간이 단순히 출연진의 작품전환시간이고 생각하게 되는것 같애. 물론 그 해설이 진행되는 동안에 출연자는 옷도 갈아 입게 되고, 다음 작품을 위해 숨도 고르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준비하는 시간이 되곤 해. 그래도 해설자의 시간은 그런 출연자를 위해 벌어주는 시간이 아닌, 공연의 포커스에 대한 설명, 공연의 의미, 춤에 대한 깊은 설명 등을 전해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봐.

그래서 최종민 교수님같은 분이 최고의 해설자가 되는것 같애. 말씀이 느리셔도 박식하신 분이시니까 많은것을 전달해주고, 또 간혹 본인 스스로가 흥을 돋구어서 흥얼거리는 해설자가 되니까... 진옥섭씨는 최종민 교수님과는 또 분위기가 다르지. 한쪽은 너무 무겁고, 한쪽은 너무 가볍고... 이 두분의 중간에 가는 또 다른 해설자가 나와야 한다고 봐. 아직까지는 없지만...

 

맞아요.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몇가지를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시는게 무엇인지? 개인적인 생각,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신지...

 

내가 저기(족자)에 글 써놨듯이,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것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욕심이 있어야해. 이왕 하는것이니까 다른사람들 보다 더 좋은 위치에 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다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거야. 기본 베이스야. 그러나 그 기본베이스 위에 꾸준히 열심히 해 나가는 정신, 마음가짐... 그런게 있어야 한다고 봐. 남들이 할수 없는거, 남들이 하지 않은 무언가를 해보는거, 추진해 가는게 중요한거지, 남들이 이미 했던것을 흉내내서 따라하는 것은 그런것은 아니라고 봐.

그러니까 자기춤을 만들어라하는 말은, 똑같은 춤사위를 가지고 체격이 다 다르고, 성격이 다 다르기때문에 다르게 표현할수 있단 말이야. 또 그렇게 표현되어지고 있고, 그런데 그 실상이 남이 보았을때 거부 반응이 오면 안된다는 거야. 어느 누가 보아도 자연스럽게, 걸려지는 부분이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춤이 되도록 계속 연마하는 수밖에 없다고 봐. 진짜 연습밖에 없어. 이런말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다 그렇게 말할꺼야. 그러니까 계속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야.

힘이 들어도, 힘에 부쳐도 이런 이유에서 계속 해나가고 있는것 같애. 내 경우에는.. 이것밖에 할수 있는게 없기 때문에, 이것만큼 잘할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제까지 이걸 쥐고 왔다고 봐. 분명 다른게 할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그 길로 갔을지도 몰라. 그래서 꾸준히 하는것이고, 다 일등 될수는 없고 또 다 꼴지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 마음가짐은 일등을 향해서 달려가고 그러면서 단계적으로 그 마음가짐에 가까이 갈수 있다고 생각해. 누구나가 중도하차 하지않고 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만약에 중도하차했다가 다시 시작하게 되면, 그만큼 남들에게 뒤지게 되니까, 내가 쉬는 동안 다른사람은 계속 가고 있었으니까... 쉽게 말해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지.

조금 늦추면서 가도라도 계속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하루에 열번할거 열한번 하고, 그러면서 가능성을 늘려가는 거지.

 

선생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쭈어 볼께요. 박경랑하면 많은 사람들이 교방춤, 영남교방춤을 열명이면 여덟명이 떠올리지만, 사실 선생님이 추시는 춤이 영남교방청춤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너무나 많은 주옥같은 춤을 추시고, 레파토리로 갖고 계신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선생님하면 떠올리는 춤이 바로 영남교방청춤이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학술적인 정의를 떠나서, 문득 색깔론적으로 설명할수도 있고, 인생론으로도 정의내릴수 있고, 누구보다도 본인 박경랑이 생각하는 영남교방청춤은 무엇인지, 어떤 정의를 내리시는지 궁금해요.

 

내가 느끼는 영남교방청춤...?

 

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영남교방청춤...

 

춤쪽으로?

 

춤쪽이든, 철학적이든, 선생님께 있어서 의미랄까? 영남교방청춤의 의미, 정의 이런것들이요.

 

내가 영남교방청춤이라고 추어서 각인화가 되어서 그렇겠지만, 어쨋든 내가 이 춤을 출 기회가 많아. 어느 공연에 초대 되어도 이춤을 추게 되고, 좋든 싫든..

그러다보니까 이 춤을 출수 밖에 없고, 실력이 나날이 늘 수 밖에 없어.

 

네, 선생님은 곧 영남교방청춤이라는 공식이 되어 있는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디서 공연을 해달라고 초청이 들어와도, 나는 이번 초청공연은 살풀이를 하고 싶어도, 영남교방청춤을 춰야하는 경우가 많아. 내춤이 교방춤만 있는것은 아닌데 말이야. 그러다보니까 다른춤보다 이춤이 잘 춰질수 밖에 없는것 같애. 절대적으로 많은 무대에 서게 되고, 많은 연습을 하게 되고하니까...

내가 알고 내가 느낀 교방춤은 계속 이 춤을 추면서 내 자신을 다스리는 것도 되고, 그러다보면 아, 이춤은 박경랑만의 특유의 춤사위가 있는, 박경랑만이 할수 있는 춤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어찌보면 거만해질수도 있는 말인데, 거만해지기보다는 그 소리가 더 무서워지는 거지.

어떤 목표를 향해서 앞만 보고 올라갔는데, 그 목표치에 어느정도 도달하고 나니까 그게 더 무서워지는 거야. ‘어~ 왜 저것밖에 못추지?’ 이런 소리를 들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되는 거지. 이럴때 순간순간 내가 그런 생각을 어떻게 차고 나가느냐, 버티고 나가느냐... 마음다스림... 그러니까 거기서 ‘더도 덜도 말고’라는 말을 내가 딱 생각해낸게, 더 잘출려고 하면 어찌보면 더 추해지겠구나.

그냥 남들이 편하게, ‘아 저 춤’하면 박경랑이라고 봐주는 것으로 만족해하고, 계속 그 자리를 지켜주는거, 그리고 처음 배울때의 그 마음으로 계속 가주는게 좋지. 거기서 부담을 느끼고 더 잘해야지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최근에 느낀것 중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말이 이런뜻인가보다라고 생각해요.

 

네,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씀... 다음에도 다시한번 좋은 경험, 좋은 말씀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