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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1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2011 박경랑의 춤 인연공연중

백인영선생의 아쟁(Ajaeng) 연주 - '목포의 눈물', '돌아와요 부산항에'

Posted by 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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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사는얘기

 우리 집에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국립부산국악원이 있습니다우리나라 제2의 도시 답지 않게 세인들이 흔히들 문화의 불모지라 부르는 부산에 그것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국립국악원이 있다는 것은 제게 행운이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쉬는 시간에 무료히 앉아 있는데 박장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오늘 저녁깊어가는 이 가을에 좋은 무용공연 보러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삶의 단조로움과 권태를 피해 무엇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제게 단비와도 같은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저는 얼른 약속 시간을 잡았습니다서예를 하루 빼 먹고 금요기도회 시간에 조금 늦더라도 가야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장로님은 자신이 얼마 전에 출간한 아름다운 예절 귀한 섬김이란 책 한 권과 기드온 콰이어’ 합창 시디를 선물로 주시고 저녁까지 사주셨습니다.

 전모(氈帽지삿갓)를 쓰고 객석으로부터 등장하는 시작이 파격이었고 A4용지 한 장에 인연(因緣)’이란 제목을 붓글로 써서 반으로 접은 팜플렛도 특이합니다거기에는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에 ‘2011 박경란의 가을편지라는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가을입니다가을 단풍에 흘려 세월 가는 줄 몰랐는데요그러다 불현 듯 돌아보니 오십이 넘었습니다지난 세월 누군들 회한이 없을까요저보다 아픔 없는 사람 누가 있을까요감히 제가 송구스럽습니다하지만 오늘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었지요그 오늘에 작은 한 획을 긋고자 합니다여러분과 얼굴을 맞대고 싶습니다춤의 맷집이 아닌 각자 인연의 크기를 잼질해 보면 안 될까요엎어지면 쉬어간다고 또 쉬면 질펀하게 놀다간다고 자신합니다놀러 오세요박경란

 저녁 7시 30분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박경랑이란 춤꾼이 누군지 몰랐습니다자그마한 키에 아기자기한 얼굴을 지닌 그녀는 돌고돌고 살랑살랑거리다가 멈추는 동작을 반복하며 장사익의 허허바다란 곡에 맞춰 첫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어깨와 고개를 까닥이며 부드러운 원을 그리는 손동작의 우리나라 전통적인 춤사위에다 자신의 빛깔을 담아 보여주었습니다. ‘최종민’ 교수가 해설 겸 사회를 맡아 작품의 관람을 도왔습니다우리나라 제일의 대금 고수인 이생강님의 연주를 들은 것은 오늘 최고의 수확이자 보람입니다아쟁의 명인 백인영님의 연주와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모듬북의 고석진의 연주도 자주 접할 수 없는 특별한 보너스였습니다

 

 천년에 한 번 돌아온다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십일(11)이 여섯 번 겹친다는 2011년 11월 11일에 경험한 전통적인 춤사위와 국악 공연은 빼빼로를 팔기위한 기업들의 상술에 휘둘리는 것보다는 백배나 더 보람됩니다그리고 장로님이 얻어다 준 떡가래 두 줄과 단술 한 컵은 빼빼로 수십 개를 받은 것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고 의의도 큽니다좌석도 무대 중앙 가운데로 배정받아 편안하게 잘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더 기분 좋은 밤입니다춤과 음악은 우리의 삶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고 감동을 주며 그 질을 고양시켜주는가 봅니다.(2011.11.11.)

Posted by 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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