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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평론가/시인 故김영태선생의 무용일기




  

첫날 첫무대에 선을 보인 박경랑은 그의 외증조부 김창후에게서 춤을 배웠고 동래권번 마지막 춤선생 강옥남의 제자이다

요즘 유행을 타는 아무개이수자공연등에서 얼굴을 비춘적이 없다

교방춤을 추었다

굿거리장단이 주가되는 경상도 춤이었다

박경랑에게 “영남춤의 지킴이”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박경랑의 춤에서 나는 고고한 품위를 만난다

그품위를 다른말로 풀어쓰면 동작의 크기보다 밀도를 중시하는 그의 춤은 장단에서 조금 삐걱거렸지만 “40대 냉수같은 춤”이었다

휘어감기는 제몸의 버팀에 정결했고 박경랑이 한손으로 뻗어 부채를 잡는 그정중동의 묘(妙)는 굿거리장단을 때묻지 않게 소화하는 흥이요 격이었다

박경랑의 교방춤을 보면서 여러 이수자들이 이춤을 추었지만 이 “냉수같은 여인”의 허심탄회한 춤사위를 능가하지는 못했었다

5주년 공연의 백미였고 또한사람 영남춤후예의 등단이었다

평론가 진옥섭의 “고른 호흡을 불어 넣어 이음새의 틈이 보이지 않게 치밀하게 맞물림했다”는 지적에 동감한다.
 

                                            

                                                   공연과 리뷰 2009년 3월호 봄호  김영태의 무용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