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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관람후기및비평

< 박경랑의 춤 - 6월의 무도회 > 평론 (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

< 박경랑의 춤 - 6월의 무도회 > 

‘2018 춤과 소리의 하모니,박경랑의 춤과 함께 하는 6월의 무도회’


 공연이 지난 6월16일 국립부산국악원 대극장에서 있었다. 

모두 2부로 나뉘어 진행되던 이날 공연의 1부에서는 춤에 예리한 표현이 살아 넘치는 명무 박경랑이 전통춤 등 독무 2개를 예술성 높게 이루어내어 객석을 무대에 집중시키고 있었고, 

2부에서는 춤과 소리 등 각 예술장르의 뛰어난 재능의 예인들이 출연해 모두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날 공연 모두가 예술성을 지키며 준수하게 이루어졌는데, 전통 클래식 예술 위주의 평론을 쓰는 평자에게는 아무래도 1부 박경랑의 숨 막히는 표현의 독무들이 훨씬 더 가슴에 다가 오고 있어 이번 평론은 1부 박경랑의 독무 위주로 글을 쓴다. 

그리고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우고 공연에 빠져들던 부산의 전통춤 애호가들의 열정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부산국립국악원 대극장 로비와 현관 문 앞뜰은 우리 전통춤을 사랑하는 부산의 관객들로 가득 하다. 

부산도 좋은 전통춤 공연이 있으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멀리서 낭랑한 가야금 소리 들리고 팔각형 전통창틀이 푸른 보랏빛 조명으로 밝은 가운데 우측에서 붉은 빛 치마와 노란연두 빛 저고리를 입은 박경랑이 부채를 들고 나타나 느리지만 기품이 가득한 움직임을 이루며 <영남교방춤> 독무를 시작한다. 

부채를 바닥에 두고 북과 징 소리 들리는 가운데 가만히 큰절하고 객석의 따뜻하고 큰 박수를 받는다. 여자의 창 소리 서늘하게 들리고, 일어선 박경랑이 두 팔을 부드럽고 우아하게 흔들어주는데 그 예술적 밀도감은 크기만 하다. 

계속 작품에 흠뻑 젖어드는 움직임과 자태를 맑고 그윽하고 진하게 이루어나가는데, 그 이미지 하나하나가 정말 섬세하고 정교하면서도 아름답다. 이때 평자는 박경랑의 춤이 바로 지금 이때가 최고의 절정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무’가 바로 이런 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여자의 창소리 애절하게 이어지고 다시 박경랑이 부채를 집어 들고 얼굴을 가린 듯 하며 가만히 회전한다. 다시 얼굴에 그윽한 미소를 감돌게 하고 예술적 기품이 넘치는 움직임을 이어가는데, 춤에 예술적 틀이 완벽히 잡혀 있다. 

그리고 다시 빠른 회전 움직임을 마치 클래식발레의 32회전 훼떼 움직임처럼 현란하게 이루는데, 박경랑의 무용의 기량은 지금 정말 최고의 경지에 올라있다. 

다시 잠시의 여백 시간을 둔 다음, 박경랑의 창작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놀음에 나오는 문둥북춤을 바탕으로 나병환자의 애환을 표현하는 춤”이라던 <문둥북춤>이 박경랑의 독무로 이어진다. 

흔히 우리들은 이런 제목의 춤을 만나면, 장애인의 춤을 연상하며 특이한 자태의 움직임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본 이 작품은 결코 단순한 의태적인 동작의 모방적인 나열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을 예술로 상징하여 무대에 올린 표현력 넘치던 창작춤이었다. 

무대 우측에서 흰 의상의 여인이 짚으로 온몸을 덮고 웅크려 엎드려있다. 

천둥벼락이 무섭게 친 다음 볏단을 들고 일어선다. 

‘감각이 사라져간 팔과 다리는 있는지, 있었는지?’ 등의 대사가 여자의 낭랑한 낭독으로 이어진다. 사물연주 속에 가슴을 치는 듯한 동작을 이룬다. 

남자의 비통한 창소리 속에서 아픈 여인이 결이 곱게 잡힌 아름다움 춤을 섬세하게 이루고 있다. 

다시 엎드려 애환과 설움이 담긴 움직임을 표현력 있게 이룬다. 이제 소북을 가슴에 들고 일어서서 강하게 때리는데, 단정한 기품이 살아 있는 움직임이다. 

그리고 다시 잠시 몸을 비틀거린 다음 곱고 아름다운 춤을 예술성이 담긴 진한 움직임으로 이어간다. 지금 무대 위에는 아픈 여인의 춤이 마치 현대무용의 표현처럼 되어 정교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무래도 박경랑 스스로의 춤이 완벽한 전통의 표현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창작도 전통을 완벽히 하는 사람이 해야 예술적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다시 박경랑이 손끝을 뭉쳐 떨어준다. 

그리고 다시 무대 후방 짚 덤불 속에 자신의 몸을 던지며 마무리하고 객석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던 이 작품은 심플한 전개 속에서도 표현력이 넘치던 창작 독무였다.

(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