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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무용가 2000 (2000년)

장승헌씨 하면 한국 무용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마당발로 통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MCT는 무용전문기획사라기 보다는 춤꾼들 사랑방이요 심부름센터라 불러야 더 걸맞을 구실을 해왔다. 지난 5월 열렸던 `우리시대의 무용가 2000'은 그 MCT 창립 5돌을 기려 춤꾼들이 나서 만들었던 우정의 무대였다. 전통춤부터 현대무용까지, 내로라 하는 무용수 14명이 섰던 그 춤판을 아름답게 본 엘지아트센터가 그들을 다시 불러모아 송년 춤 잔치를 연다.
2000.12.14,15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우리시대의 무용가 2000'은 장르와 연배를 뛰어넘어 이 시대에 `살아있는 춤'을 아우른 춤모듬판이다. 70대 최현씨부터 농사꾼 이윤석씨까지 함께 설 9명 춤꿈들은 무용평론가 김영태씨 표현을 빌리자면 '스산한 겨울을 `춤 군불때기'로' 덥혀줄 예인들이다.

최현씨가 출 <신명>은 춤으로 신을 지피는 꽃봉오리다. 곱고 정갈한 춤추기로 칠십 평생을 보낸 그가 이제 춤 저 너머로 학처럼 날아간다. 같은 남성무용수 조흥동씨는 한량무에 뿌리를 댄 <회상>으로 나선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키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선비 자태가 인생 무상을 노래한다. 춤고을 고성을 지키는 춤 농사꾼 이윤석씨는 고성오광대탈놀이에서 탈을 벗어던진 <덧배기춤>으로 판에 선다. 시원시원한 춤사위가 인생사 시름을 툴툴 털어버린다.

황희연씨는 흔히 남성적인 춤이라 일컬어지는 <진도북춤>을 여성무용수로서 이어받았다. 양채북으로 북 양쪽을 두드려 음악 효과가 크고 활달하면서도 끼가 넘친다. 러시아 유학중인 김순정씨는 86년 볼쇼이발레단이 초연한 <아뉴타의 춤>을 들고 날아왔다. 안톤 체홉의 소설을 각색한 이야기가 있는 발레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경랑씨는 교방춤으로 흥을 돋군다. 마당춤과 대별해 사랑놀음 또는 안방 계열 춤이라 불리는 교방춤은 허튼춤, 입춤 전통을 이어받아 쫀득쫀득하면서도 서늘한 춤가락을 보여준다.

춤 안무에서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유럽 본바닥에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홍승엽씨는 김영동씨 음악에 김영태씨 시를 몸으로 밀고 나간 <멀리있는 무덤>을,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인 문훈숙씨는 처연하고 비극적인 독무 <빈사의 백조>를, 파격적인 탄력 덩어리 안은미씨는 작품 속에서 노래까지 부르는 <장미의 뜰>을 선보인다.

연주를 맡은 박병천, 장사익, 어어부 프로젝트, 노름마치 사물놀이까지 한 무대가 뿜어낼 형형색색 다른 빛깔 춤과 음악 무지개가 눈부시다. (02)2272-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