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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관람후기및비평/공연관람후기

09.07.27 [춤! 조갑녀, 그리고 이장선] 晴峰 님 글중에서

진옥섭은 홍보 카피를 이렇게 썼다. ‘와 보라! 흉곽을 드르륵 열고 심장을 덥석 쥐는 그 5분’. ‘와 보라!’ 성경 구절이다. 이 친구가 언제 신앙부흥회 현수막도 눈여겨보았던가! ‘흉곽’ 어려운 한자를 일상어처럼 써대는 그다운 선택이다. ‘가슴을 드르륵 열고 심장을 덥석 쥐는 춤’ 정도면 충분히 쉽고 가슴팍에 새겨질 터인데. 그나저나 춤판을 여는 승무의 강성민은 지나치다. 이매방의 승무를 원형 그대로 추고 있다. 승무 하나만으로도 족히 30분을 메울 태세다. 결국 예상을 한 치도 비껴가지 않았다. 왜 이매방 제자들의 춤에는 이매방만 보이는지. 그렇지 않아도 예악당 3층에서 내려다보는 무대는 천 길 낭떠러지인데 나는 30분이 넘도록 저 아래로 참혹하게 떨어져 내렸다.

박경랑의 교방춤이다. 본 적이 없는 교방춤이었다. 분명 박경랑의 안무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의 승무에 지친 나를 회복시켜주고 있었다. 연전에 보았던 박경랑의 춤보다 한결 농익었다. 이제 눈가를 넘어 뺨까지 자글자글 잔주름이 퍼지고는 있으나 그녀의 우아한 춤태 앞에서는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역시 최상의 춤태를 지닌 그녀다. 더구나 그의 춤사위에 더해진 도도함은 그녀의 춤에 생명력을 부여할 것이다.

대구의 춤꾼 권명화의 살풀이춤이다. 그의 제자들이 추는 살풀이춤은 여럿 보았으나 정작 보유자의 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여느 살풀이춤에 비해 경상의 개성은 뚜렷해 보인다. 하지만 이 춤은 춤의 구성과 몇몇 사위에서 너무 투박한가 하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작위적인 모습이 튀어나온다. 즉흥성의 이면에 감추어진 정교한 멋을 전면적으로 버리고 질박한 멋을 추구하였다면 차라리 경상의 춤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 것을. 못내 아쉬웠다.


강선영류의 태평무다. 누가 이 춤을 추더라도 나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 태평무는 보유자 강선영 선생만 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무도 여무도 아닌 춤. 이제 막 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한 트랜스젠더가 추는 듯한 춤. 내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전통의 미학을 경험하기 보다는 퍼포먼스에 가깝고 어떤 때는 전위적이기까지 하다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도살풀이춤의 이정희다. 그야말로 경기제다. 시원시원한가 하면, 어르고 감치는 춤사위가 오감을 쥐락펴락한다. 멋과 흥이 살짝살짝 내비치는 눈물과 한을 걷어차고 있다. 이제 저 아래의 무대가 멀지 않다. 통영의 정영만 선생이 보탠 구음은 처음 경험하는 남창이었지만, 글쎄! 이렇게 말하겠다.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춤! 조갑녀’의 이번 공연 글씨를 쓴 장사익이 해설자 진옥섭의 호명으로 무대로 올라왔다. ‘봄날은 간다.’, ‘동백꽃’ 두 곡을 불렀다. 항상 그러하듯 그의 노래는 첫 소절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언제나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은 행운이지만, 오늘만은 사족이다.

사풍정감이다. 이매방 선생은 어려서부터 권번 뜨락을 놀이터로 삼은 터라 한량의 기방 출입을 그리도 보았나보다. 앉아 치는 술이나 받아먹고 무릎을 치면서 기생의 고혹적인 춤자락을 따라 오늘밤은 네가 수청 들라 번득이는 눈매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치들이 기녀의 춤사위에 섞여 도는 모습을 그렇게 마음에 새겼던지. 그런데 목포 권번의 한량무는 나풀거리기만 하고, 동래 권번의 한량무는 그 쪽 말로 그늘을 치는 연유는 무엇일까? 전라 한량은 여인보다 더 여인스러웠던가! 그나저나 드림팀이라는 악사들은 두 박은 더 쳐주어야 할 굿거리장단을 잦은몰이 장단으로 넘겨버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특히 장고를 잡은 김청만 선생은 춤 매디를 만들지 못하는 게 오늘도 거슬린다. 이 세기적인 악사가 춤만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김운태의 채상소고춤. 김운태에게 채상소고춤은 그의 상표다. 하도 많이 봐서 채상소고는 이제 김운태만 추는 것으로 여길 정도다. 언제 한 번 제대로 쓸 기회가 올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만 하자. 조갑녀, 그가 오고 계시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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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우리춤연구회 청봉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