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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교방청춤의 오늘과 내일(이주영의 아트&컬처)_임인년 2022 박경랑의 춤 교방풍류놀음 부산공연 관람후

스카이데일리 기사내용 링크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154055&keyWord=%C0%CC%C1%D6%BF%B5

스카이데일리, 영남교방청춤의 오늘과 내일

스카이데일리, 공연은 장소성이다. 영남교방청춤이 교방춤의 고향같은 부산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우선 기대감을 높혔다. 그 기대감을 현장에서 마주함은 희열 그 자체다. 2011년도 부산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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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사진 일부캡쳐, 상세한 기사 위 링크첨부)

이주영의 아트&컬처

영남교방청춤의 오늘과 내일
舞樂에 詩書畵가 어우러진 무대
‘영남교방청춤’, ‘교방소반춤’ 등 선 봬
박경랑의 교방풍류놀음 ‘범 나비 놀다’

필자약력(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문학박사) | 2022-03-25 09:04:

공연은 장소성이다. 영남교방청춤이 교방춤의 고향같은 부산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우선 기대감을 높혔다. 그 기대감을 현장에서 마주함은 희열 그 자체다. 2011년도 부산예술회관 개관 축하공연 무대를 장식한 박경랑 선생은 ‘2022 박경랑의 춤 교방풍류놀음, 범 나비 놀다’(2022.3.2, 부산예술회관)를 통해 영남의 풍류를 교방이란 이름으로 아로새겼다.



섬세한 발디딤, 여인의 청초함, 경상도 덧배기의 짓놀음이 하나의 춤 풍경을 만든 영남교방청춤. 이날 무대는 이야기가 있는 무대이자 춤을 그린 ‘운파지무(雲破之舞)’였다. 구름을 모으고 흩는 운파 박경랑의 춤은 영남교방청춤의 길을 다시 한 번 묻고 답했다. 크게 길하고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하는 마음인 ‘건양다경(建陽多慶)’의 무대를 담고자 한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 부산지회의 의지도 읽을 수 있다. 보존회가 창립된 지 23년이다. 첫 출발을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꽃 피우며, 전국적으로 확장되는 역사적 맥락도 있다.



▲ 영남교방청춤 [사진=필자제공]



이날 공연의 구성은 박경랑의 대표 레퍼토리인 ‘영남교방청춤’과 ‘교방소반춤’을 중심으로 부산시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보유자인 이성훈의 허튼덧배기춤 ‘학 되어 노닐다’, 동래학춤 구음 이수자 김신영의 구음과 소리, 이진우의 거문고 연주, 김기상의 현장 서예 퍼포먼스,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이수자인 박정욱의 진행과 소리가 풍요로운 판을 만들었다. 무악(舞樂)에 시서화(詩書畵)가 입체적으로 어우러져 풍류를 더했다. 여기에 2부 격이라 할 수 있는 박경랑의 ‘아직은 꽃이고 싶어라’ 작품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1과장 ‘문둥북춤’을 이채롭게 해석해 구현해낸 무대다.



▲ 교방소반춤



공연이 시작되면, 마치 교방(敎坊)에 들어온 듯한 연출이 눈길을 끈다. 박경랑이 무대 왼쪽에서 유유히 등장한다. 거문고 현의 튕김과 함께 시작된 무대는 범 나비를 넘어 마치 봄 나비가 된 듯하다. 박경랑이 춤출 땐 무대 우측에서는 서예 퍼포먼스가 이루어진다. 박경랑이 ‘범 나비 놀다’라는 글씨 위를 지르밟는다. 객석에 이를 보여주자 박수소리가 응답한다. 우아함 속에 춤적 기개가 숨어 있다. 부채 하나로 공간을 만들고, 춤길을 낸다. ‘나비야 청산가자’ 글씨가 담긴 부채를 펴면서 ‘영남교방청춤’ 무대는 마무리 된다. 이 춤은 영남지역 교방청에서 추던 춤사위를 집대성한 춤이다. 영남춤 특유의 질감이 녹아 있다. 정상박 민속학자가 언급한 ‘규격 속 비규격, 정형 속 비정형, 유형 속 강건, 절제 속 자유’가 담지됨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아직은 꽃이고 싶어라



구음, 장구 소리, 거문고 연주가 함께 춤추기 시작한다. 투박하지만 깊고 고요한 가운데 물살을 가르는 듯한 학의 모습을 이성훈 보유자는 보여줬다. 이어 ‘교방소반춤’이 답례한다. 박경랑은 소반(작은 접시)을 머리에 이고서 천천히 등장한다. 소반에 올려진 물컵의 물이 찰랑거린다. 기예성이 깃든 ‘예(藝)와 예(禮)’의 대화다. 웅숭깊다. 나비의 꿈을 보여주는 듯하다. 객석에 내려와 물잔을 객석에 준 후, 춤 동작은 더 자유롭다. 소반은 어느새 악기로 변했다. 활달함이 커진다. 구음과 장구 소리가 하나된다. 머리에 소반을 다시 올릴 때 청산에 이미 다다른 느낌이다. 이 춤은 마산권번의 故김애정 선생에게 사사해 박경랑 선생이 재정립해 추고 있다. 진주검무, 진주교방굿거리춤 보유자인 故김수악 선생의 13번 째 기일을 하루 앞둔 이날, 제자는 영상을 통해 스승을 추억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교방청춤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무대 공간을 채운다. 박경랑은 메마른 볏짚 속에서 아픔보다 더 쓰라린 고통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소고 하나 제대로 들 수 없다. 아픔을 넘어 처절하다. 북 하나 들기가 천근만근이다. 북을 힘겹게 치다 북소리가 점점 경쾌해지기 시작한다. 아픔은 치유이자 공감이다. 꿈같은 한판 춤을 추고 난 후, 북을 다시 동여맨다. 현실로의 복귀다. 이는 역설적으로 오늘이지만 내일이다. 짚단 속으로 다시 들어가며 마무리 된다.이번 박경랑의 교방풍류놀음 ‘범 나비 놀다’는 영남교방청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꿋꿋이 연결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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